몇 일 전 한국에서 사진 한 장이 카톡을 통해서 배달되었다. 봄에 꽃을 피어 여름을 지나, 가을에 씨앗들을 다 내보내고, 감싸고 있던 빛 바랜 꽃이 텅 비어 있는 모습의 사진이었다. 새들이 떠나 텅 빈 둥지를 보는 것같았다. 비록 꽃의 화려함은 없어지고 빛 바랜 모습이었지만,“사명을 다한 모습이 참 아릅답다”고 답장을 보내주었다.
최근 부엌 창틀 난간에서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선인장을 보았다. 창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찬 바람을 맞으며 꽃 몽오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매년 추워질 때 피기 시작하여 한겨울 추위 속에서 짙은 분홍색으로 화려함을 드러내는 꽃이다. 이른 봄에 피는 꽃들도 있지만, 이렇게 느즈막에 꽃을 피려고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또 한 번,“모두 각자 때가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초반에 활짝 피지는 못했지만, 늦게 피는 꽃들이 함께 공존하는 것처럼, 우리도 이런 사람, 저런 사람들이 함께 섞여 살고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 인것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사람들이다. 빨리 변하지 않는다고 조급해 할 필요도 없고, 늦게까지 성장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조급해 할 필요도 없다. 하나님께서 정해 놓으신 때가 있다고 믿기때문이다. 그 때 각자의 사명을 완수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안식에 들어갈 것이다.
우리는 지금 가을의 마지막을 지나고 있다. 특별히 11월은 추수감사절이 있는 달이기도하다. 그래서 감사의 달로 정해놓고 감사거리들을 찾아 감사를 드리고 있다. 혹시 아직도 이렇다 할 감사 거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사람은 겨울에 피는 꽃일 수가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하나님의 때라는 것도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다.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다고 실망하거나 조금해 하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 오히려 사시사철 피는 꽃을 만드신 하나님의 여유와 지혜를 배우고 싶다. 그래서 산전수전 다 겪은 후, 때가 되면 만족한 표정으로 하나님께 감사로 꽃을 피워드리고 싶다. 혹시 볼품 없는 빈 껍데기로 남아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최선을 다하여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나와 목장식구들의 모습을 보시고, 보기에 참 좋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겨울에 피는 꽃과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의 과정을 모두 거친 후, 늦게라도‘범사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감사는 마지막에 피우는 꽃과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해의 느즈막한 겨울 초입에 vip 초청 추수감사절을 주신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