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4. 미루고 싶은 마음, 서두르고 싶은 마음
해마다 연초가 되면 우리 교회가 속해 있는 PCA 교단총회로부터 지난 1년간의 교회 결산통계를 알려달라는 연락이 옵니다.
숫자적으로 증가할 때는 기쁘고 자랑스런 마음으로 지체하지 않고 보고를 해 올렸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통계 숫자가
작아지다 보니 솔직한 심정으로 그럴 때는 보고하기가 싫어집니다. 별로 보고할 내용이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고하는 일도 하루 이틀 미루게 됩니다. 그러나 하고 있는 일에 열매가 있으면 기분도 좋아집니다. 그래서 목회자로서
저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감정을 느낍니다.
최근에 총회 보고용 교회 일년 통계 숫자를 정리하면서 ‘미루고 싶은 마음’과 ‘서두르고 싶은 마음’이 교차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함께 신앙생활을 하던 형제 자매들이 하나 둘 어디론가 떠난 숫자를 기록할 때와 함께 신앙생활을 하고자 새롭게 합류한 신앙가족들의
숫자를 기록할 때 그랬습니다. 한국어 예배 숫자를 생각하면 마음에 용기마저 사라집니다. 그러나 어린이 예배 숫자나 영어 예배 숫자를
생각하면 새로운 마음과 용기가 솟아납니다. 특별히 2주 전에 침수세례를 받은 10명 중에서 몇 명의 간증을 듣게 되었습니다.
“물에 잠기는 순간 주님을 보았습니다,” “물에서 나오는 순간 주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그리고 “새 같은 것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라는 환상 간증내용입니다. 아직 성경을 많이 모르는 아이들이고 이곳으로 난민으로 들어와 정착한지 얼마 안된 자녀들이기
때문에 그런 간증을 한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 일이라는 확인도 받은 셈입니다.
떠난 숫자를 생각하며 낙심하고 있는 저에게 마음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원하시는 일을 하고 있으니
용기를 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희망이 솟아올랐습니다. 남아 있는 우리 교회 모든 성도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격려로 들렸습니다.
“영혼 구원하여 제자 삼는 일”이 우리 교회 존재 목적임을 잊지 않고 ‘좁은 길’을 선택하며 주님께 충성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 봅니다.
자신의 유익이 아닌 주님의 유익을 위해 함께 하고자 하시는 분들과 목자 목녀들이 우리 중에 여럿 남아 있으니 든든합니다.
김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