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를 다녀온 적이 있다. 10여년 동안 목회를 하는 동안 가족과 함께 안식년을 가져본 적이 없었을 때였다. 교회형편과 경제적인 형편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미국의 세계인 릴리(Lilly) 제약회사에서 목회자들의 재충전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여 목회자들의 재충전을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 재단 (Lilly Endowment Clergy Renewal Grant)에서 까다로운 선발 과정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3개월간 안식휴가를 다녀오도록 재정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여 저도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 돈을 가지고 오랫만에 3개월짜리 안식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2016년). 그래서 가족들과 성지 순례를 다녀 올 수 있는 혜택을 누린적이 있다.
그 중에서 이탈리아 방문 중 경험했던 일이 오랫동안 내 안에 자리잡고 있다. 이탈리아 어느 도시를 여행중에 지쳐있을 때, 한국 음식이 매우 그리웠다.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한국 음식점을 찾았다.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기쁨때문에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힘들게 찾아갔다.
드디어 한국어 간판이 보이는 음식점을 찾았다. 간판에는 한글로 또렷하게 이렇게 적혀 있었다, ‘강남식당!’ 식당에 들어가기 전부터 설레였다. 몇일 만에 한국 음식을 먹게 되었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일반 ‘한인식당’에서 내 놓는 차림표(메뉴판)와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우리는 각자 자기 취향대로 음식을 주문했다. 나는 그 중에서 ‘돌솥비빔밥’을 주문했다. 한 참 만에 나왔다. 작은 그릇에 담겨져 나온 음식은 겉으로 보기에도 그럴싸해 보였다.
늘 하던 대로 버무리며 비빔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거기에 들어가는 식재료들이 ‘돌솥비빔밥’에 넣는 것들과 달랐다. 특별히 ‘고추장’과 ‘참기름’이 없었다. 그래서 웨이터에게 고추장과 참기름을 요청했다. 잠시 후에 ‘캐첩’과 ‘올리브기름’이 나왔다. 고개를 갸우뚱 했다. 먹지도 못했고, 실망도 컷다.
알고 보니 중국인 2세가 인도 계통 사람을 주방장으로 삼아 운영하는 ‘강남식당’이었다. 한국인의 입맛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한국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모양만 ‘강남식당’이었다.
종려주일에, 내가 그런 ‘강남식당’과 같은 목사는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다시 한번, 예수님처럼 겉모습과 속 내용의 맛이 동일한 크리스천이 되기를 소망한다. 곧 고난 주간이 시작된다. 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