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2. 참외 모종 하나로부터 얻은 교훈
지난 초여름에 이름 모를 새 싹이 교회 정원에 올라오고 있었다. 멀취(mulch)를 새로 깔고 난 후라 모든 잡초는 뭍혀 버렸고, 정원에 남아 있을 나무와 꽃들만 있었다. 그래서 무슨 잡초가 새로 나오나 하여 뽑아 버릴려다가 나오는 떡잎이 심상치 않아서 그대로 키우기로 했다. 처음에는 무엇인지 모르다가 점점 자라는 모습에 수박 같기도 하고 호박 같기도 하고 영 추측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점점 더 자라고 줄기가 뻗어 나고 열매가 조금씩 맺혀 가면서 그 것이 상상하지도 못했던 참외임을 알게 되었다. 누가 심은 것도 아니고 어디서 날아온 것도 아닐 텐데, 참외가 그렇게 싹을 틔우고 점점 줄기를 뻗어 열매가 열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멀취를 깔고 덮을 때 거기서 따라 온 것 같았다. 하여튼 자라는 모습을 매일 매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싹인지 몰랐다가 맺히는 열매로 그 새싹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열매로 그 나무를 알아본다는 말씀이 생각 났다.
딱 하나만 싹이 나온 것으로 보아 씨앗 하나가 그렇게 자라는 것 같았다. 결국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데 예상 밖으로 많은 참외가 주렁 주렁 열렸다(30개 이상). 씨앗 하나가 그렇게 많은 참외를 열리게 하는 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한 알의 씨앗이 이렇게 많은 열매를 맺게 되는 줄을 알게 되어 욕심이 생겼다. 씨앗을 잘 받아서 내년에는 조금 일찍 씨앗을 뿌려 봐야 겠다는 욕심이었다.
씨앗을 심으면 열매가 나오게 된다. 상추, 오이, 고추, 토마토를 심으면 그대로 나오는 것이 신비로왔다. 그래서 각 종 씨앗들을 받아서 보관하기로 했다. 심으면 거둔다는 단순한 법칙을 알면서도 심지 않아서 못 거두는 일들이 참 많았던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또 다른 씨앗들도 심기로 했다. 난민 가족 어린이 청소년 사역을 위하여 꼭 필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15인승 미니 밴이었다. 일단 기도로 심고, 그 다음 돈이 필요하니 미니밴을 열매로 맺도록 미니밴 자동차를 위한 돈(헌금)을 씨앗 삼아 심기로 했다. 심으면 분명히 열매를 맺힐 것이라는 믿음이 왔기 때문이다.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그렇게 참외 한 그루가 자라서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노랗게 익을 무렵, 어느새 여름이 다 지나갔다. 하루 햇 빛을 받는 시간도 많이 줄어 들었고,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자라던 참외들은 성장을 멈췄고, 멈춘 상태에서 익어보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았으나 햇살이 부족한 것 같았다. 절 반쯤 익다가 모두 멈췄다. 익어보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했다. 새 싹이 돋아 나온 시기가 너무 늦은 탓이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제 때에 심고 제 때에 싹을 틔우지 못한 탓이다. 심는 것도 중요하나 때를 잘 맞춰 씨를 뿌리는 것은 더욱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