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나를 통하여 하신 일들을 소개하라는 마음을 주셨을 때, 딱히 생각 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마음을 주신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억이 나는 데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고자하는 마음이 생겼다.
초등학교 (국민학교) 갓 들어갔을 때, 여름이었다. 시골이라 비가 오지 않으면 개울에 물이 말라서 수영할 데가 마땅치 않았다. 시골에는 가뭄 때를 대비하여 농사용 물을 저장해 놓는 ‘저수지’라는 것이 있었다. 결국 아이들은 그 저수지에 가서 ‘멱’을 감았다. 수영을 했다는 뜻이다.
동네 아이들끼리 가서 수영을 하다보면 서로 경쟁심이 발동해서 누가 더 깊은 데까지 헤엄쳐서 들어갈 수 있는지 시합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도 어린 나이에 그 대열에 끼었다. 얼마쯤 깊은 데로 들어가다 보니 갑자기 겁이 났다. 그래서 속도를 줄이고 뒤 돌아 나오려고 할 때였다.
저수지 같이 고여 있는 물에서 길게 끈처럼 자라는 물풀들이 있다. 그 길이가 길어서 발이나 손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그 때 움직이게 되면 꼼짝 못할 정도로 그 풀이 몸을 칭칭 감는다. 그 물 폴에 다리가 감기기 시작했다. 물에서 빠져 나오려고 허우적 거릴 수록 더 감겼다. 결국 스스로 헤엄쳐 나오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꼴깍 꼴깍 물을 먹으며 물 속에 잠기기 시작했다. 그 어린 나이에 ‘난 이제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죽을 힘을 다하여 정신 없이 허우적 거렸다. 어느 순간 발이 땅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살아났다!
아직도 그 때 그 일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그 때 벌써 죽었던 몸이었다’는 고백을 혼자서 하곤했다. 그 후로 ‘그 때 정말 운이 좋았어!’ ‘내가 수영을 할 수 있어서 살아난 것이었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예수를 믿게 되었다. ‘주님이 생사화복을 주관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참 새 한마리에게도, 모든 들풀들도 세밀하게 돌보시는 주님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의 섭리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지나고 보니 그 때 살아난 것은 내 수영 실력 때문이 아니었다. 예수를 믿은 이후로, ‘지나고 보니 모든 것이 주님이 하신 일’ 이었다.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나니, 이 것이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치 못하게 하려 함이라. (엡2:18-19)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믿음의 눈으로 보면, 그 때마다 주님이 나를 통하여 하신 일들이었음을 알게 된다. 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