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6. 오랜만의 경험들을 통하여
지난 몇 일 전에 올 겨울 들어서 제법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릴 때는 땅에 닿자 마자 녹기도 하고
쌓이기도 하는 눈이었다. 저녁이 되면서 일부 녹은 눈이 얼어붙기 시작하여 도로가 미끄러운
상태가 되니 운전 조심하라는 도움 정보가 떴다. 그래서 수요 저녁 예배를 취소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 적이 있다. 아무리 날씨가 안 좋아도 예배를 거르지 않으려고 했는데, 과거 몇 년
전 교회를 오고 가는 길에 미끄러져서 사고를 당한 성도 몇 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분들에게
적절히 도움이 되는 조치를 취해 주지 못해 못내 아쉬워하며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수요
저녁 예배를 각자 집에서 드리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통하여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오랜만의 경험이었다.
아침 기도회를 마치고 나서 한 바퀴 돌아오는 공원 길이 있다. 눈이 오고 난 다음 날이라 그런지
아직 눈이 수북이 쌓여 있는 길을 걸었다. 하얗게 쌓인 눈 위를 걷는데 정겨운 소리가 발 밑에서
들려왔다. 정말 오랜 만에 듣는 소리였다. 쌓인 눈 위를 걸을 때 나는 ‘뽀드득 뽀드득’ 소리였다.
아주 어렸을 때 눈 위를 걸으며 들었던 소리라 그런지 정겹기까지 했다. 아, 이게 얼마만인가?
이미 눈이 녹은 길도 있었지만, 그 소리가 더 듣고 싶어서 일부러 눈 위를 걸었다. 눈 위에 남겨지는
발자국을 뒤 돌아보며 들을 수 있는 정겨운 소리였다. 주님만이 내실 수 있는 정겨운 소리 같았다.
정말로 오랜 만의 경험이었다.
목양실에서 한참 일을 하고 있는데 전화 소리가 울렸다. 모르는 전화 번호였다. ‘헬로우?’ ‘안녕하세요?’
잠시 후에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국 말로 ‘여보세요, 김00 목사님이시죠?’ ‘예, 맞습니다!’ ‘아,
목사님 접니다!’ 그런데 나는 전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잠시 설명을 듣고 나서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다. 상담할 것이 있어서 미리 연락도 없이 방문했다는 것이었다. 교회 주차장에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오랜만의 만남이었고 경험이었다. 주님도 내 목소리를
들으시고 누구인지 몰라 한참 설명을 해 드려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경험하는 일들’을 통하여 이런 기도를 드렸다. 주님께 도움의 말을 듣는 일이 너무
오랜만의 일이 되지 않게 하소서! 주님이 들려주시는 음성을 오랜 만에 들어도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예민한 영적 감각을 유지하게 하소서! 내가 주님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고 찬양할 때 그리고 설교할 때,
주님이 잘 알아보시게 하소서!
김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