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2018
- 다시 돌아보는 아버지 주일
이번 봄에도 어린 시절 텃밭 가꾸기가 생각 나서 교회 건물 처마 밑 몇 군데 땅을 파고 오이, 토마토 2-3 모종씩 얻어서 심었습니다. 그 식물들이 파릇 파릇 새싹 시절에는 아무런 도움 없이 꼿꼿하게 홀로 서기를 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점점 자라면서 가지가 뻗어나고 키도 자라면서 오히려 기댈 기둥 같은 것들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기대거나 타고 올라 가도록 그 옆에 기둥을 세워 주었습니다. 지금은 모두 기댈 수 있는 보조 기둥들을 의지하여 잘들 자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라는 과정을 보면서 한 가지 우리 인생과 비슷한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아무 도움도 받지 않고 홀로 꼿꼿이 살아가겠다고 할 때는 아직 어린 새싹 수준의 인생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성장해 갈수록 누군가 붙잡고 의지하거나 기댈 기둥 같은 존재가 필요함을 배우게 됩니다. 성숙해 갈수록 홀로 서기보다는 누군가를 기대거나 붙잡고 살아갈 대상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3년 전 6월 셋째 주일, 아버지 주일에 썻던 글, “아버지 주일에 꼭 붙들어야 할 기둥” 이라는 제목으로 드렸던 글이 생각 났습니다. 그 중 이부 내용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또 다시 6월 셋째 주일, 아버지 주일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에 비하면 아버지의 희생과 사랑은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 주일에 비하여 아버지 주일 날은 있는 둥 마는 둥 지나간다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그래도 할 말 없는 게 아버지들입니다.
저도 아내와 함께 자녀들을 기르며 늘 느끼는 것은, 밤과 낮 그리고 상황을 가리지 않고 아내가 아이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며 신비로운 엄마의 능력을 느낍니다. 그러면서 아버지로서 엄마의 희생을 따라잡을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에게서는 엄마에게서 느껴지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대어 아무리 부벼대도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든든함입니다. 그 든든함이 어디서 왔는가 생각해 보다가 그것은 곧 하나님 아버지의 성품에서 온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기둥 같은 아버지로 계십니다.” (김상헌, “아버지 주일에 꼭 붙들어야 할 기둥,” 목회자 코너 529번)
사람도 성숙할수록 오히려 기대거나 붙잡을 존재가 필요합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바로 그런 분입니다. 기대면 기댈수록 좋아하시는 아버지 하나님입니다. 붙잡으면 붙잡을수록 더 멀리 더 높이 자랄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 주시는 아버지 하나님이십니다. 아버지 주일에 그 분을 더욱 붙잡고 의지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것을 의지하는 믿음이라고 합니다. 김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