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4-2015
528. 잊지 못할 장면
제가 1997년 2월 미국(렉싱턴, 켄터키)에 와서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학교와 기숙사 사이를 오고 갈 때 셔틀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대학 캠퍼스에 셔틀 버스가 있는 것과, 장애자와 약자를 배려하는 모습이 매우 새로웠습니다.
온지 얼마 안 되는 저는 어느 날 매우 특이한 장면을 보았습니다. 학교 일을 마치고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갔을 때 이미 약 20명이 질서 있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던 중 버스는 도착했고,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았는데 좀처럼 줄이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있었습니다. 성급한 마음에 맨 앞을 바라보니 버스 운전자가 휠체어를 타고 있는 분을 위해 버스의 핸디캡용 문을 열고 핸디캡 시설을 작동하며 천천히 그리고 안전하게 자리까지 옮겨 주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모습에 감동이 되어 저는 그 차를 보내놓고 우두커니 서서 한 참 동안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당시 제가 감동을 받은 것은 첫째, 오는 순서대로 질서 있게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지금은 한국에도 줄 서는 것쯤은 국제 수준이라고 생각 되지만 그 때만 해도 서로 먼저 버스를 타려고 우르르 몰려 다니던 것을 보고 온 때였기 때문에 새롭게 보였던 것입니다. 둘째로 긴 줄을 서서 오래도록 기다리면서도 아무도 불평하거나 서두르라고 큰 소리 없이 묵묵히 기다려 주는 모습들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보고 살아온 것은 장애를 가진 분들을 위한 배려는커녕 오히려 차별대우를 하던 때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일을 하는 운전자가 미소를 지으면서 휠체어를 밀어 안전한 자리까지 옮겨 주는 모습도 감동이었습니다. 한 가지 더 특별한 체험은, 저의 막내 딸 아이가 4살쯤 되었을 때 옆집에 같은 또래의 미국인 가정의 남자 아이와 놀면서, 우리 집과 그 아이 집을 오가면서 노는 중 그 남자 아이는 딸 아이를 위해 먼저 문을 열어주며 한 손으로 문고리를 붙잡고 한 손으로 안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예의 바른 미국 성인 남자들에게서나 가끔 보던 장면이라 생각했었는데 네 살짜리 꼬마 남자 아이가 꼬마 여성 아이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고 부분적이지만 잠시 미국 문화를 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미국이 이렇게 약한 자나 여성을 배려하는 문화가 기독교 정신에서 왔음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배려하는 문화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오래 전부터 ‘여성상위 시대’니 ‘남녀 평등’을 외치며 성경의 질서를 무시하려는 태도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보호받고 배려하는 특권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하나님 앞에서 만민이 ‘평등’한 것은 사실이나 성경은 ‘창조질서’도 말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배려를 주고 받는 문화를 계속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