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3. 가을 밭 만들기
새벽기도를 꾸준히 하는 일은 성령님의 도우심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신실성을 원하신다.
새벽기도를 마치면 하루 일과 시작 전에 교회당 주변 공원에서 걷기 운동을 했다. 한 바퀴 도는데 약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계절이 바뀌어 만물이 소생하던 지난 늦은 봄, 새벽기도를 꾸준히 잘 나오시던 집사님 한 분이 새벽기도
자리에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밭갈이를 하고 농사를 준비해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새벽기도자리를
잘 지키던 분이 보이지 않기 시작하니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새벽기도자리에 올 수 있도록 기도로 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음 속에 성령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았다. “네가 밭에 가서 밭일을 조금이라도
도우면 어떨까?” “주님, 운동도 해야 하고 바쁜데요?” “밭일을 운동으로 대신하면 안 될까? 운동도 하고 농작물도
거둘 수 있고, ‘일거 양득’ 그러면 집사님도 새벽기도 나올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래서 운동 시간에 밭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작은 농장의 아침 공기는 마셔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다. 부지런히 가꾸지 않으면 잡초가 무성해지고,
비가 오지 않으면 땅은 돌덩이처럼 단단하게 굳어진다. 농사 일이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았다. 아침 짧은 시간에 땀을
흠뻑 내기에는 참 좋은 운동이다.
무성해진 잡초를 제거하고 돌처럼 굳어진 땅을 집사님이 파 헤쳐주면 흙을 잘 정리하여 씨앗을 심을 수 있는
밭을 만든다. 땅을 깊이 갈아 엎을수록 흙이 부드러워진다. 부드러워진 흙을 만질 때마다 흙의 소중함을 느낀다.
하나님이 인간을 빚으시기 위해 흙을 만지셨던 그 기분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땅을 갈아 엎고 다듬어서 부드러워진 흙이 되면 드디어 밭을 만든다.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빚으셨다는 생각이
났다. 씨앗을 심기 위해 여러 과정을 거쳐 밭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듯이, 흙으로 인간을 만드시기 위해 얼마나
많이 땅을 갈아 엎고 다듬기를 반복하셨을까?
오늘도 주님은 잡초가 무성하고 딱딱해진 우리의 마음 밭을 갈아 엎으시고 돌덩이 깨듯이 깨부시고 다듬는
과정을 반복하신다. 그래서 말씀의 씨앗을 심으시려고 노력하시는 주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얼마 전 그 밭에 겨울 김장 배추씨와 쪽파를 심었다. 그리고 지금은 싹이 트기 시작한다. 여름 틈새로 가을이
몸을 내밀기 시작했다. 마음 밭을 부드럽게 하는 방법으로 새벽기도를 추천한다. 부지런히 마음 밭을 만들어
예수를 심자.
김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