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2015
524. 고마웠던 그 때; 정 방향, 정 위치
몇 년 전 단기 선교를 마치고 돌아 올 때, 우리 선교팀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선교지에서 뉴욕까지 비행기로 도착한 후 그 곳에서 루이빌까지는 자동차를 렌트하여 오는 중이었습니다. 한 참 오다가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와 컬럼버스 지역을 지나며 고속도로 옆 주유소 화장실에 들렀다가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루이빌에 거의 다 도착할 즈음 늦게 선교팀 중 재정을 담당하던 분이 허리에 차고 있던 복대 주머니가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약 5시간을 운전하며 온 후의 일이었습니다. 그 주머니에는 크레딧 카드와 돈, 그리고 여권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모두들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고민하던 중 마침내 그 주유소 영수증을 발견했고,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지고 주유소에 전화를 했습니다. ‘허리에 차는 복대 주머니를 화장실에 잠시 풀어 놨다가 그대로 놓고 왔는데 혹시 보관하고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부탁 전화였습니다. 잠시 후 기적 같은 전화 응답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주머니가 화장실 변기 위에 그대로 있다!”는 주유소 측 대답이었습니다. 또 한 번 하나님을 경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모두들 안도의 숨을 쉬고 난 후 늦은 저녁이었지만 다시 5시간을 멀다 하지 않고 운전해서 그 귀중품을 찾아온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 때 모두들 “그래도 미국이었으니 이런 일을 경험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고마워했던 적이 있습니다.
타인의 물건을 제자리에 그대로 놓아 두는 일 정말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주인을 모르는 귀중품을 발견했을 때는 더욱 그럴 것입니다. 평상시 제자리에 놓는 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 교회에서 선교훈련 할 때마다 건강한 공동체 생활을 위해 다음과 같이 반복 교육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첫째, 당신이 열었으면 당신이 닫아라. 둘째, 당신이 켰으면 당신이 꺼라. 셋째, 당신이 열었으면 다시 잠궈라. 넷째, 당신이 고장 냈으면 당신이 고쳐라. 다섯째, 당신이 고칠 수 없으면 할 수 있는 사람을 불러라. 여섯째, 당신이 빌렸으면 당신이 되돌려 주어라. 일곱째, 당신이 사용하려면 조심해서 사용해라. 여덟째, 당신이 옮겼으면 당신이 제자리에 갖다 놓아라. 아홉째, 당신이 다른 사람의 것을 사용하려면 먼저 그 주인에게 꼭 허락을 받아라. 열 번째, 당신이 사용할 줄 모르거든 그대로 두어라. 열 한번째, 당신과 상관 없다면 간섭하지 말아라.
단기 선교 팀의 공동체 삶을 위한 훈련이지만 가정에서 교회에서 직장에서도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서 함께 배우고 익혀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년 여름이 오면 단기 선교 때 있었던 그 경험이 생각나면서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성숙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방법을 되새겨 봅니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교회 건물 문들이 자주 열려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더 나은 공동체 삶을 위해 물건뿐만 아니라 우리의 몸과 마음도 늘 ‘정방향’ ‘정위치’에 놓는 연습을 합시다. 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