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3.인간적인 열정과 신앙적인 열정 모두
나는 20세에 예수를 믿게 되었다. 대학캠퍼스에서 예수를 믿는 친구로부터 끈질긴 전도를 받고 결국 믿게 되었다. 예수를 영접한 후로 약 1년간은 신앙생활에 적응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 교회와는 상관없이 살다가, 새로운 생활습관을 만들어가야 하니 많이 어려웠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매 주일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정기적으로 교회에 출석하는 것이었다.
먼저 믿은 믿음의 친구들이 도와줘서 신앙생활의 패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일은 기본이고, 주 중에 있는 교회 프로그램에도 빠짐없이 참여할 수 있는 신앙이 되었다.
신앙심이 생기기 시작하자, 교회 일이라면 무슨 일에나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심지어 교회에서 무슨 일이든지 시키면 언제나 ‘예’로 대답했고 그렇게 실천도 했다.
이러한 나의 신앙과정을 뒤 돌아보면, 신앙심에서 나오는 열심도 있었지만, 때로는 인간적인 정의감과 인간적인 열정으로 그런 적도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그런 경우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쉽게 지치고, 마음에 여유가 없다 보니, 이유 없이 비판적인 마음이 조금씩 나오는 것도 경험했다.
한참 신앙이 뜨겁게 달아오를 때쯤, 군대에 가게 되었다. 신병훈련을 마치고, 부대를 배치 받았다. 배치 받은 부대에서는 신병이 새로 들어오면, 고참들 앞에서 신고식을 해야 했다. 모두 모인 자리에서 신고식을 하는데, 먼저 자기 소개 및 노래를 한 곡 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바로 그 순간 온 몸이 긴장되고 심지어 굳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 순간적으로 ‘내가 예수 믿는 사람 맞나?’ 그렇다면, 제대로 믿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퍼뜩 스쳤다. 그래서 나의 신앙 간증을 짧게 하면서, 내가 크리스천임을 소개하고 찬송가 한 곡을 굳은 표정과 굳은 마음으로 군가처럼 불렀다.
야유 소리가 들렸다. 고참들은 나에게 세상 유행가를 부르라고 집요하게 다그쳤다. 망설였지만, 찬송가밖에 모른다고 버텼다. 진땀을 빼는 신고식이었다. 그 때는 인간적인 열심(개인의 성품)과 신앙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열정으로 그렇게 신고식을 마쳤다.
인간적인 열정만으로만 버텼다면,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타협하며 주님을 잠시 외면하고 모르는 척 피해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 이후로 내가 크리스천인 것이 부대 안에서 확실하게 각인되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나중에 신학교 출신이 아닌 내가, 부대에 있는 교회의 ‘군종병’으로 임명 받게 되었다.
그 후 제대할 때까지 군대에서 매주일 설교도 하고 목회도 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주님은 인간적인 열심(개성)과 신앙적인 열심 모두를 사용하시는 것 같다. 김상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