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0. 주님이 하신 일 (4)-“왜 하필이면 난민이죠?”
목회를 막 시작할 때쯤, 어느 날 ‘KRM’(Kentucky Refugee Ministry)으로부터 교회로 전화가 걸려왔다. ‘UN 난민 캠프에서 한 가정이 루이빌에 오는 데, 교회에서 도와 주실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도와 줄 내용은, 며칠후 어느 날, 밤 12시쯤에, 그 가족이 루이빌 공항에 도착하는데, 영접하여 지정된 숙소까지 자동차로 데려다 주는 것, 도착 후 건강 검진 받을 때 병원에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것, 기타 생필품 구입할 때 도와 주는 것 등등 정착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라고 했다. 그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흔쾌히 대답을 했다.
그 당시에는 나도 난민이라는 단어만 알고 있었던 상태였고, 난민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던 때였다. 그 후 그 난민 가정을 돕다 보니,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난민 가정들을 알게 되었다. 살고 있는 형편들이 딱해 보였다. 나의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가정들을 돕는 일이 의미 있고 즐겁고 감사했다.
그 후 그 가정으로 인하여 수 많은 가정들을 알게 되었다. 루이빌에 난민 가정들이 그렇게 많이 살고 있다는 것도 그 때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그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자주 향하게 되었고, 덤으로 전도도 할 수 있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일이 그리스도인이 마땅히 해야할 일이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그러한 가정들을 돕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무때나 전화가 걸려왔다. 하나님이 주시는 사랑의 마음이 없으면 오래도록 지속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교회의 희생도 당연히 따르게 되었다. 힘들어하는 교인도 있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왜 하필이면 난민이죠?”라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왜”라는 질문에 나도 흡족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 질문을 받고나서야 “그렇지, 왜 하필이면 난민이지?” 스스로 질문을 해본 적이 있다.
한 참 후에 기도 중에 답을 얻게 되었다. ‘하나님의 마음, 얼굴과 시선이 그들을 향하고 계시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마음을 가지고, 하나님의 얼굴과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함께 향하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 그리스도인임을 깨닫게 해주셨다.
뒤돌아보니, 그 때 걸려온 한 번의 전화, 한 밤중에 공항에서 난민 한 가정을 만나게 하신 것, 모두 전적으로 하나님이 하신 일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왜 하필이면 난민’ 이었을까? 하나님의 마음과 시선이 그들에게 향하고 있었기에 나도 그들을 향하게 되었다고, 지금은 대답할 수 있다. “왜 하필이면?”이라는 질문이 있을 때, 바로 그 때 하나님이 일하고 계시는 때라고 해석하면틀림 없을 것이다. 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