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8. 젊은이의 미래가 소중하듯,
늙은이의 과거도 소중하다
얼마 전에 대학 동기가 시집을 출간했다고 해서 한권 부탁했더니 냉큼 보내왔다. 그의 시집을 넘기면서 이런 시에 잠시 멈췄다. ‘존중’이라는 제목이다.
<존중>
‘내가 젊었을 때’란 말을
편하게 하고 싶다
너에겐 잔소리지만
나에겐 가슴 벅찬 추억이다
너의 미래가 소중하듯
나의 과거도 소중하다
<출처: 송준용, 하루. 2020, 12쪽>
이번 주가 11월 마지막 주일이고, 다음 주면 12월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때가 왔다. 지나온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한 해를 준비하는 기간이다. 아쉬운 한 해였다고 할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래서 잊고 싶은 과거로 묻어두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후회 없는 한 해였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감사한 한 해로 기억하고 싶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있다. 엄밀히 따지면 현재만 있을 뿐이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 세가지 시제가 다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들은 지나간 과거보다 미래를 준비하느라 미래만을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갈 계획에 치중할 수도 있다. 과거는 중요하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나도 젊은 사람들에게 미래가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청년, 청소년, 어린이들에게 그렇게 많이 마음이 쏠리는 것 같다.
그들 보다 조금 더 살아봤다고 경험을 나누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젊었을 때’가능하면 실수를 줄이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잔소리’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부모들의 과거가 중요하지 않게 평가받는 듯한 느낌이다.
젊은이들에게 미래가 중요하듯이, 나이 든 사람들의 과거도 그 만큼 소중하다. 누구에게나 미래 못지 않게 과거도 소중하다. 과거를 소중하게 여기며, 미래를 설계하는 년말을 맞이하자.
우리 교회의 내년 계획과 예산을 짜는 기간이다. 지금까지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과 은혜의 손길을 기억하면서 앞으로도 함께 하실 하나님의 그 손길들을 기대하며 내년을 계획해 보자. 김상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