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2. 심은 자가 기다린다
교회 건물 둘레마다 새싹들이 제법 솟아올랐다. 3 월 3 일
참외 씨앗을 다섯 군데에다 뿌려 심었다. 씨앗을 뿌린 다음
날부터 자꾸만 그 자리를 찾아보게 된다. 혹시 싹이 나왔을까
싹이 나오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그 자리를 바라볼 때마다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다. 내가 너무 서두르는 것일까? 씨앗을
심은 사람의 간절한 기다림일까?
몇 일 후, 뿌린 자가 기다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뿌렸으니
기다리는 것이다. 심지 않은 자는 기다림도 없다. 기다림이 없는
사람은 심지 않은 자다.
때를 따라 심어야 한다. 심은 사람은 기다리게 된다. 지금은
때를 따라 기도로 계속 심을 때다. 기도를 심으면 언젠가 때가
되어 싹이 나오고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심은 자는
기다린다.
지금 당장은 심은 자리에 아무런 변화도 안 보인다. 그냥 매
마른 흙으로 덮여 있을 뿐이다. 그 위에 작은 표시만 해 두었다.
혹시 누군가 새싹을 몰라보고 밟거나 없앨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랬다. 그러면서 매일 몇 번씩 그 자리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곳에 씨앗을 심었기 때문이다.
요즈음 우리 교회 이웃 사람들을 위해 집집마다 위하여
기도하고 있다. 사람 이름과 거주지 주소를 얻어서 씨앗을 심는
정성으로 기도하고 있다. 그들의 영혼 구원을 위해서다. 그렇게
한 지 몇 주 지났다. 아직 아무런 느낌도 없다. 그냥 괜스레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혹시 헛수고는 아닌지, 의심도 해본다.
그런데 지난 주일 오후 누군가 나를 찾아왔다. 어디서 온
누구냐 물었더니, 바로 이웃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속으로 깜짝 놀랐다. 하나님이 보내 주신 이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 이웃을 위해 기도를 심었으니 모든 것이 그쪽으로
해석이 되었다. 무슨 일로 찾아왔느냐고 했더니, 무엇인가를
전해주려고 왔다고 한다. 한국말로 된 설교 씨디 몇 장을 들고
왔다. 이 곳이 한국인들이 모이는 교회라는 것을 또 어떻게
알았는지 그것도 신기했다. 계속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이름과 주소를 다시 확인하고 헤어졌다.
기도의 싹을 보았다. 싹을 보았으니 잘 가꿔야 하겠다. 일단
찾아가서 인사를 나누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문이 열렸다. 이제
전도의 문이 열리도록 기도를 심고 있다.
“또 하나님께서 전도의 문을 우리에게 열어 주셔서, 우리가
그리스도의 비밀을 말할 수 있도록, 우리를 위해서도 기도하여
주십시오”(골 4:3).
김상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