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 찬 밥 한 덩어리 나누는 기쁨
“목사님은 난민들만 사랑하는 것 같다”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목장 모임에서 저의 삶을 나누라고 하면 주로 그들을 전도하는 중에 벌어진 ‘에피소드’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 분들 중에 직장이 없어 시간적이 여유가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바쁘게 살아가는 일반 사람들보다는 약속 없이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전도와 선교는 단순히 ‘사영리’와 같은 전도지 내용만 전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돌봄과 함께 하는 삶도 중요합니다. 성경에서 가르치는 내용대로 살도록 도와 주는 것까지가 선교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이 변화되어 삶의 내용이 변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래서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며 삶을 나누게 됩니다.
얼마 전에 전도를 위해 자주 방문하던 ‘네팔’ 가정에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마침 끼니 때가 되어 무척 배가 고팠습니다. 참고 집에 가서 먹을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너무나 배가 고파서 밥 좀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웬만한 가정 같으면 매우 실례가 되는 일이었겠지만, 친근한 관계를 이유로 요청한 것입니다. 의외로 반기면서 정말로 자기네 음식을 먹을 수 있겠느냐고 재차 물어 봅니다. 먹을 수 있으니 좀 달라고 했습니다.
잠시 후 싸늘하게 식은 밥 한 덩어리를 ‘플라스틱’ 접시에 내어 놓고 반찬이 없으니 자녀를 시켜서 이웃집에 가서 ‘네팔식’ 카레를 한 공기 얻어다 주었습니다. 처음 먹어 보는 음식이었지만 찬 밥 덩어리를 으깨어 가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없는 집에서 얻어 먹는 밥이라 어찌나 맛있게 먹었던지 그 모습을 바라보고 가족들이 신기해 합니다. 그리고 좋아합니다. 그 순간 서로가 더욱 친근감을 느꼈습니다.
없는 살림에 보태줘야 하는데 내가 살림을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잠시 생각도 했습니다. 가난한 사렙다 과부가 엘리야에게 대접한 일이 생각 났습니다(왕상17:9-16). 없는 중에 나눠먹는 것이 참 복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 가정을 맘껏 축복하고 싶었습니다.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 이로써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느니라”(히 13:2).
이 말씀은 오늘 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약속을 잡고 격식을 차려가며 대접을 해야 한다는 문화 속에서, 언제든지 지금 있는 찬 밥 한 덩어리라도 부끄럼 없이 나누어 먹는 정이 필요합니다. 김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