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 아내가 자랑스럽습니다
어느 날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내의 손길 때문에 나의 부족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감추고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머리를 깎아줘서 이발소를 가지 않아도 됩니다. 각질이 져서 껄끄러운 발바닥과 뒤꿈치를 물에 불려서 문질러
베껴주기도 합니다. 저는 아직도 제 와이셔츠나 바지 허리 사이즈도 모릅니다. 신발 사이즈도 역시 모릅니다. 다 알아서
깎아주고 씻어주고 사다가 입혀주고 신겨주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손길 때문에 저의 부족한 모습이 감춰집니다.
목회에 집중하라고 가능하면 모든 집안 일을 꼼꼼히 처리해 주고 있는 아내가 여간 자랑스러운 게 아닙니다. 없는 재정을
알뜰살뜰 아끼면서도 필요한 것에는 적절하게 잘 사용하는 모습도 자랑스럽습니다. 그러나 제 손으로는 아내를 위해 무엇을
해준 것이 없다는 생각에 염치가 없어집니다.
이 것은 아내를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좋은 아내하고 살면서도 아내에 대하여 가끔 불만이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입니다. 그 불만의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각자 ‘사랑의 언어’ 차이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아내한테서 인정을 받는
것이 사랑의 언어입니다. 그러나 아내의 경우는 돌봐주고 배려해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내는 저를 잘 돌봐주긴 하지만
사역에 대한 인정이 조금 부족합니다. 반대로 저는 아내가 원하는 것에 대하여 감각이 부족하여 돌봐 주고 배려해 주는
것이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불만이 표출되기도 합니다.
사소한 일로 불만이 반복되면 부부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하는 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부부 사이를 돈독히 하려면, 먼저 각자의 사랑의 언어를 파악하여 그 사랑의 언어를 적극 활용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서로를 위해 가정 예배를 통하여 혹은 개인 기도를 통하여 기도를 해주는 것입니다. 기도할 때 상대방의 필요에 대한
센스를 얻게 됩니다. 세 번째, 서로의 장점들에 감사를 하는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아내, 자랑스러운 남편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 마음을 움직여 주십니다. 그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부활 신앙을 경험하게 됩니다.
모든 남편들이 다 그렇겠지만, 저에게도 특별히 아내가 참 자랑스럽습니다.
김목사